중국 칭먀오(靑苗)족의 축제 탸우화지에(跳花節)

묘족은 중국 남부에 널리 흩어져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다. 귀주성과 호남성, 운남성, 사천성 등 중국에 많은 수가 살고 있지만 베트남과 태국, 라오스 등 인근 접경국은 물론 멀리 미국과 프랑스에 이주한 묘족도 많다. 이들은 과거 중국 대륙에 가장 먼저 정착한 민족 가운데 하나로서 묘족의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2500년 경에 일어난 큰 전쟁에 패해 현재의 근거지인 중국 남동부로 이주했다고 한다. 이 전쟁이 새롭게 중국 대륙의 지배 부족으로 떠오르던 한족과 기존 세력이던 묘족 사이의 전쟁이었다는 설도 있다.

중국 내에서도 꽤 큰 소수민족인 묘족은 세분해서 들어가면 구이저우(귀주)성에만도 화묘와 흑묘 등 여러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문화적으로도 각 부족은 다른 특징을 보이며 멀리 떨어진 묘족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묘족으로 부른다"는 공통점 외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귀주성의 묘족들이 가진 공통점이라면 이들 모두 음주가무를 즐긴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에도 청묘족의 탸우화지에(도화절)와 화묘족의 루성제(노생절)같은 축제는 특히 유명한데, 무엇보다 미혼의 여인들이 아름다운 의상과 화려한 장신구들을 걸치고 나와 남자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춤추며 결혼할 짝을 찾는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찬란한 문화를 오랜 시간 지켜왔던 묘족의 장신구와 복식은 그 아름다움으로도 매우 유명한데 여기에 러브스토리가 어우러지면 그 화려함은 상상을 벗어날 정도다.

작가는 귀주성의 성도인 귀양(贵阳)에서 서쪽으로 3시간정도 기차를 타고 안순이라는 도시로 향했다. 이 지역에는 청묘족이 많이 살고 있는데 안순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에서 3일간 벌어지는 탸우화지에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의 아낙네들은 탸우화지에가 다가오면 무엇보다 딸을 치장시키는데 집중한다. 화묘족이 은으로 된 장신구 중심으로 치장한다면 청묘족은 검정 바탕에 흰색과 빨간색, 파란색의 수를 놓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이 특징이다.

딸을 가진 어머니들이 1년 내내 수를 놓아가며 만드는 이 의상은 검은색 바탕의 천에 빨갛고 파란색의 수를 놓은 모자와 치마, 저고리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치마는 두 겹의 주름치마로, 그 위에 몇 겹의 커다란 스카프를 두르고 또 그 위에 앞치마를 두 겹 둘러 아주 풍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저고리도 긴 저고리 위에 짧은 저고리를 겹쳐 입고 허리에는 검은 띠를 몇 겹씩 두른다. 여인들이 쓰는 모자도 전형적인 모자와는 달라서 재미있다. 머리를 틀어올린 후 머리 끝을 천으로 연결시켜 머리 위에 둥그렇게 구부린 뒤, 검은 천을 삼각형으로 접어 씌워 수를 놓은 끈으로 묶어 고정시킨다. 그런 다음 끈의 양쪽 끝을 위로 휘어올리는데, 그러면 아주 훌륭한 모자 모양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화려하게 차려 입은 처녀들이 남자들이 연주하는 대나무로 만든 악기인 루셩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동안 총각들은 마음에 드는 처녀를 점찍어 데이트를 신청한다. 물론 청묘족의 처녀들도 자신의 스카프를 마음에 드는 남자의 루셩에 감아 자기 마음을 표현한다. 이렇게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축제의 자리에서 만나는 남녀가 서로를 마음에 들어하면 이들은 짝을 지어 함께 산으로 올라가 노래로 사랑을 고백하고 노래로 대화를 나눈다. 현대 문명의 보급과 함께 전통적인 사랑의 노래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에 남녀가 올라가 얘기하는 관습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총각들은 루셩을 불면서 춤판 한가운데 세운 나무인 화수 주위를 돌고, 여인들은 이 음악에 맞춰 겹겹이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루셩은 중국 서남 지방에서 사는 묘족, 요족, 동족, 장족 등이 가장 애용하는 악기로, 세로로 세운 몇 개의 대나무관과 가로지른 한 개의 대나무관이 어우려져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6개 관이 흔하며 3개에서부터 2개, 5개, 6개, 8개, 10개의 관으로 이루어진 크고 작은 악기들도 다양한데, 독주와 합주 악기, 또 무용 반주 악기로 널리 쓰인다. 묘족이나 동족의 마을에는 루셩 악대가 조직되어 있는 경우도 드물잖게 찾을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마을의 굿이나 여러가지 행사가 열리면 루셩 콩쿠르가 벌어지기도 한다.

루셩을 연주하는 묘족 총각들

루셩을 연주하는 묘족 총각들

청묘족은 탸오화지에 기간이 되면 마을 촌장이 산에 올라 나무 한 그루를 잘라서 마을 공터의 춤판 한가운데 세우고 그 주위를 돌며 며칠씩 춤을 춘다. 이 나무를 ‘화수’라고 부른다. 지역이나 마을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화수와 관련해서는 유명한 전설이 있다.

먼 옛날 작은 마을의 촌장 리우라는 노인이 살았다. 노인에게는 아름다운 두 딸이 있었는데, 어느날 두 딸이 산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만나게 된다. 호랑이는 순식간에 한 딸을 삼켜 버렸지만, 다른 딸은 다행히도 이를 피해 도망을 쳤다. 이 광경을 조우라는 청년이 목격하게 된다. 특별한 힘을 가진 용감한 청년으로 유명했던 조우는 이를 못본 척 하지 않고 따라가서 호랑이를 죽이고 소녀를 구한다. 조우는 이렇게 구해낸 소녀를 집으로 돌려보냈는데, 그만 자신이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만난 냇가에서 신고 있던 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한편 살아 돌아온 딸로부터 이 얘기를 전해들은 노인 리우는 딸을 구해준 청년을 찾아 감사의 뜻으로 자신의 딸을 그에게 시집 보내려고 사고가 일어났던 일대를 헤매다가 조우는 찾지 못하고, 주인 없는 신만 발견하게 된다. 이를 가지고 돌아온 리우는 이 용감한 젊은이를 찾기 위해 나무를 세우고 그 위에 신을 걸어놓은 뒤 연일 마을 축제를 벌였다. 주변 여러 마을의 젊은이들이 루셩을 들고 리우의 마을로 모여들어 이 신을 신어봤지만 그 누구에게도 맞지 않았다. 춤판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조우는 이런 사실은 모른 채 호랑이와 싸운 피로를 푸느라 계속 집에 틀어박혀 잠만 자고 있었다. 49일째 되는 날에서야 친척들이 찾아와 조우를 데리고 멋진 축제가 있으니 함께 가자고 청했다. 축제가 벌어진 곳에 도착한 조우는 다른 청년들처럼 나무 위의 신을 신어보게 됐다. 신은 조우에게 꼭 맞았고 리우는 용감한 청년을 마침내 찾았다면서 자신의 딸을 조우와 결혼시켰다. 마을 사람들은 조우의 용맹을 칭찬하고 이 이후로 화수를 세우고 그 주위를 돌며 춤을 추는 탸우화지에가 해마다 열리게 된 것이다. 또한 이 탸우화지에에서는 미혼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고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마지막날 축제가 끝나자 춤을 추던 소녀들은 모두 멀리 피하고 구경꾼들이 갑자기 화수 근처로 몰려들었다. 그중 한 청년이 화수 위로 올라 가지를 꺾어 밑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 화수 가지를 받느라 아우성이다. 이들은 화수의 가지나 잎새를 잘라 집으로 가져가서 집 앞이나 방 앞에 걸어놓으면 액을 막아주고 복을 갖다준다고 믿는다. 이는 마치 한국의 영산 줄다리기를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다. 줄다리기가 끝나면 줄을 잘라다 지붕 위에 올려놓으면 액을 막을 수 있다고 너도나도 줄을 잘라가는 모습과 공통점이 있었다.